백제문화제의 축(祝)과 제(祭)
백제문화제의 낮 이야기
백제문화제의 낮 이야기
백제문화제는 축제(祝祭)다. 축제란 “축하하며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를 뜻하기도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축하와 제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을 담고 있기도 하다. 보편적인 시각에 보이는 백제문화제의 의의는 전자의 것과 많이 닮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축제의 현장을 세세하게 들여다본 이들이라면 후자의 의미와 더욱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이목을 끄는 것이 화려한 공연 위주의 이벤트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오랜 전통을 이은 수많은 제례 또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편에는 낮에 진행된 백제문화제 현장에서 만난 축(祝)과 제(祭)의 생생한 모습이 모두 담겨있다.
01.
공주에서 담아본 백제문화제의 축(祝) ‘공산성 왕실연회’
공산성 성안마을 한편에 등장한 대백제국 웅진성 무대에서 화려한 공연이 펼쳐졌다. 본 공연장의 객석은 총 1,000석. 규모 한번 으리으리하다. 무대에서 벌어진 공연의 제목은 ‘공산성 왕실연회’. 백제의 선진문화를 백제교류국 사신들에게 선보이며 연회를 펼치던 옛 왕실의 모습을 재현한 행사였다. 공연은 하늘을 가르는 호의군의 무예시연으로 시작됐다. 검은 창공을 가르고, 무사는 창공을 날아다녔다. 이어서 노래와 춤으로 백제역사를 재해석한 예술공연, 백제와 외국문화를 접목한 퓨전공연이 펼쳐지며 무대의 막이 내렸다. 1,600년 전 실제 현장에서 유사한 공연이 펼쳐졌을 것을 생각하니, 묘한 기분과 짜릿한 감동이 생생하게 전달됐다.
02.
성안마을 무료입장 대상
·국민기초생활보장법수급자 ·국가유공자 ·어린이(만 9세 이하) ·장애인(1, 2, 3급) 및 보호자(1인) ·노인(만 65세 이상) ·자원봉사자 ·백제복착용자
본 관람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요소가 하나 더 있었다. 특별석 100석에 마련된 궁중음식들이 바로 그것이다. 관객들은 공연을 감상하며 실제 왕족이 된 것과 같은 호사를 누리게 되었다. 관람객들은 백제시대의 다과, 떡, 차를 음미했고 화려한 공연을 감상하며 찬사를 보냈다. 공연이 선사한 화려했던 환대(?)는 관람객들에게 영영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03.
공주에서 담아본 백제문화제의 축(祝) ‘웅진성의 하루’
공연 후, 가득 부른 배를 소화하며 성안마을 일대를 걸었다. 성안 마을에 장터처럼 늘어선 상점 코너 ‘웅진성의 하루’를 보기 위함이었다. 그곳에는 먼 옛날 곳간의 모습처럼 나무기둥과 싸리문을 매단 상점들이 가득 차 있었다. 상인들은 너도나도 손님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백제문화제가 아니었으면 공터였을 그곳에 모처럼 분주한 공기가 맴돌았다. 상점의 종류는 다양했다. 안내소를 비롯하여 복식체험, 공방, 주막, 카페 그리고 명장·명인·작가들이 운영하는 공예기술 체험장까지 하나같이 시식이나 체험을 도모하는 상점으로 가득했다.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이 온종일 행복을 누리기에 좋은 참된 교육공간이었다
04.
공주에서 담아본 백제문화제의 축(祝) ‘웅진성 수문병 교대식’
수문병 교대식 참여해보기!
수문병 교대식에 직접 잠여하고 싶다면, 여기로 모여보자! 웅진성수문병교대식 공식 홈페이지(http://www.공주수문병.com)를 통해 참가신청이 가능하다.
둥, 둥, 둥! 성안마을을 둘러보며 웅진성의 하루를 만끽하는 가운데, 어디선가 장엄한 북소리가 들려왔다. 인근 상인분께 소리의 진원에 관해 묻자, 수문병 교대식이라고 일러주신다. 매시간 정각(11:00~17:00)마다 공산성 서문인 금서루에서 열리는 이벤트였다. 창과 깃발을 들고 성문 앞을 지키는 백제의 수문병들이 교대를 펼치고, 이에 더해 창검술까지 펼쳐 보이니 풍경이 참으로 진귀하다. 웅진성을 돌아보던 관람객들도 일사불란하게 북소리를 따라온 모양이다. 좀처럼 볼 수 없는 신기한 광경에 너도나도 플래시 세례를 하며, 즐겁게 관람하는 모습이었다.
05.
공주에서 담아본 백제문화제의 축(祝) ‘웅진성 퍼레이드’
운 좋게 이어서 관람할 수 있었던 행사는 백제문화제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웅진성 퍼레이드였다. 축제의 백미인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에서 관람하고 싶었다. 좋은 자리를 찾아 시작 시각보다 한참 앞서 집결지로 향했고, 그곳에 도착하여 처음 마주한 광경은 놀랍게도 아주 많은 말이었다. 이 말들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 백제문화제 현장 한편에 있던 승마체험장에서 섭외된 것일까, 생각하는 중 주민을 비롯한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형형색색의 고운 의상을 입고 백제시대의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06.
시간이 지나며 점점 퍼레이드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나둘씩 구경하는 사람들도 늘어갈 때 즈음, 처음에 보았던 말들이 시선 앞을 지나갔다. 퍼레이드의 하이라이트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뒤를 왕과 왕비를 태운 마차가 선녀들의 호위 속에 등장했다. 퍼레이드의 흥을 책임지는 풍악 대행렬과 공주의 마스코트인 고마곰과 공주도 뒤따랐다. 온누리공주시민, 재향시민, 공주시 여러 마을에서 찾은 주민들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사람이 함께한 퍼레이드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었고, 오랜 시간 계속되었다. 퍼레이드의 행렬이 공산성 앞 로터리광장에 집결하였을 때 엄청난 규모와 웅장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바로 이 광경이 해를 거듭하며 발전하는 백제문화제의 자랑이자, 랜드마크 그 자체가 아닐까. 백제문화제 축(軸)의 진수였다.
07.
부여에서 담아본 백제문화제의 제(祭) ‘은산별신제’
이번에는 백제문화제에서 열린 다양한 제(祭)의 풍경도 살펴보자. 가장 먼저 만나본 제례의 광경은 부여에서 펼쳐진 ‘은산별신제’였다. 본 제례는 충남에서 최초로 무형문화재에 등재되었을 만큼 그 역사가 깊다. 먼저 화려한 복식을 갖춰 입은 이들이 제례를 위한 행차를 시작했다. 몇몇은 창을 들고, 몇몇은 깃발을 들었다. 풍물패와 악사들이 행렬 사이사이 함께하며 흥을 돋우는 가운데, 사또 복식을 차려입은 이들도 말을 타고 등장했다. 제례의 광경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흥겹고 화려했고, 그래서 흡사 퍼레이드와 같았다.
08.
백제문화제의 유래가 된 제례
백제문화제의 기원은 백제시대 왕과 충신들에 대한 제의(祭義)에서 출발했다. 유래가 된 제의로 팔충제, 삼충제, 수륙대제, 충혼제 등이 있다.
이들의 긴 행렬이 도착한 곳은 구드래 나루 주 무대였다. 주 무대에는 공양미, 차례용 술, 꽃병 등 제사를 위한 거대한 한 상이 차려져 있었다. 본격적인 제례가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올라 제례 상의 상석에 앉아 자리한 이들은 말을 타고 등장한 사또님들이었다. 알고 보니 이들은 옛 백제시대 용맹을 떨친 장군과 장수들을 상징하는 복식을 갖춘 것이었다고 한다.
09.
여기서 은산별신제의 유래를 먼저 알고 가야 할 것 같다. 부여군 은산면에는 옛 백제 부흥기 용맹했던 장군과 장수들이 묻힌 자리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그 주변 마을에 괴질이 퍼졌고, 주민들이 원혼들을 위해 제례를 지내자 마을에 평안이 찾아왔다고 한다. 설화를 바탕으로 태어난 지역의 전통이 바로 은산별신제다. 일종의 위령제라고 할 수 있겠다. 제례는 진대베기 행사, 꽃받기, 상당 행사, 본제, 굿, 장승제 순으로 진행되었다. 많은 관람객이 관람하였고, 엄숙하고 진중한 분위기 속에서 제례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10.
부여에서 담아본 백제문화제의 제(祭) ‘수륙대재’
제(祭)와 대제(大齋), 무엇이 다를까?
·제(祭) : 신령이나 망령에게 음식을 바치며 정성을 보이는 행위, 제사. ·대재(大齋) : 모든 조상을 길이 추모하여 합동으로 향례를 올리는 행위.
제(祭)의 풍경과 비슷하지만, 규모 자체와 의미가 남달랐던 ‘대재(大齋)’의 현장도 살펴보았다. 부여 정림사지에서는 백제의 역대 군왕과 선열을 기리는 위령제인 ‘수륙대재’가 열렸다. 신선들은 흐르는 물 위, 귀신은 땅 위에서 음식을 취한다는 신앙 속 이야기에 따라 높은 산봉우리와 강가 두 군데에서 진행되는 불교의식이다. 그래서 명칭도 수륙대재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제례 중 유일하게 강 위에서 진행된다고 하니, 진귀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11.
이번 제례에는 조계종의 원로 철웅 스님, 마곡사의 주지 원경 스님, 박정현 부여군수 등 다양한 지역 내빈과 원로들까지 참석하여 백제의 혼을 위로했다. 백제문화제에서 열린 수륙대재는 오전 10시에 정림사지에서 시작했다. 행렬은 정림사지 일대를 돌며 백제의 넋을 기렸고, 오랜 시간 진행 후 부여 도심 일대를 거쳐 구드래 나루에 도착했다. 그리고 재차 금강 위를 바라보며 제례를 지냈다. 저녁 8시가 되어서야 마무리가 된 대 제례였다. 무려 10시간의 본 행사를 목격하고 나니, 신성하고 경이적인 감상에 놀라움을 금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12.
백제문화제의 축(祝)과 제(祭)
부여에서도 ‘축(祝)’의 신명을 느낄 수 있었고 공주에서도 ‘제(祭)’의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공주에서는 ‘백제혼불채화’를 시작으로 백제문화제의 출발을 알리기도 했고, ‘웅진백제 5대왕 추모제’, ‘백제무령왕 헌공다례’를 지내기도 했다. 특히나 백제의 5대왕을 비롯한 무명 장졸의 영가를 천도하는 영산대제는 주 무대에서 진행되며, 공연처럼 화려하게 펼쳐지기도 했다.
13.
‘부여의 축(祝)’은 전야제로 ‘백제천도! 사비왕궁대연회’를 벌이는가 하면, 부여 도심에서 ‘하이테크백제퍼레이드’를 진행하기도 했다. 화려한 백제시대 의복에 첨단의 과학을 더한 화려한 행렬에 부여군민을 비롯한 수많은 참가자가 하나 되어 축제에 빠져들었다. 부여에서는 옛 백제시대 항구를 재현한 국제무역항 구드래 나루를 금강 변에 설치했다. 음식, 축제, 음악, 공방 등 잔치판처럼 다양한 즐거움이 펼쳐졌고, 많은 이들이 모여 인파를 이루었다. 무엇하나 모자람 없었고, 누구 하나 아쉬울 것 없는 백제문화제의 즐거운 풍경이었다.
백제문화제의 낮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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