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역사, 현란한 공연으로 부활하다
백제문화제의 춤과 노래, 공연과 퍼포먼스
백제문화제의 춤과 노래, 공연과 퍼포먼스
64번째를 맞이한 올해 백제문화제의 슬로건은 <한류원조, 백제를 즐기다. 백제의 춤과 노래>였다. 축제에서는 슬로건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는데, 그 공연의 수는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슬로건에 담은 춤과 노래는 빙산의 일각! 이밖에도 뮤지컬, 버스킹, 퍼레이드, 서커스, 전통공연 등 두 손에 꼽기도 모자랄 판이다. 덕분에 축제를 찾은 이들은 눈코 뜰 새 없이 즐거운 한때를 만끽할 수 있었다. 금강처럼 찬란하고 화려하게 펼쳐졌던 그 날의 퍼포먼스를 지금부터 살펴보자.
01.
무대 위에 부활한 백제의 얼
부여에서 만날 수 있는 전통공연의 현장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빠라밤 빠라바바밤~” 구드래 나루에서 강렬한 소리의 태평소 연주가 시작되자, 음악에 맞춰 백제시대 복식을 갖춘 이들이 나루터로 등장한다. 공연을 준비하고 선보이러 오셨다는 이분들은 모두 부여군 세도면의 어르신. 꽹과리, 북, 장구, 볏짚, 도리깨, 키 등 저마다 알 수 없는 조화(?)로 각각의 세간살이들을 들고 계신 모습이다. 어르신들은 예부터 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 구전 노동요 ‘세도 산유화가’와 ‘세도 두레풍장’을 공연으로 재현해주셨다.
02.
현존하는 백제시대 유일의 노동요
백제문화제에서는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는 유일한 백제시대 노동요 ‘세도 산유화가’를 만나볼 수 있다. 무려, 1,600여 년의 역사!
농기구를 거머쥔 어르신들은 리듬에 맞춰 볏짚을 패고, 낟알을 쓸어 모은다. 악기를 손에 쥔 어르신들은 풍물놀이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노동의 고단함’을 ‘축제의 찬란함’으로 탈바꿈시키는 마술을 일으킨다. 모든 이들이 노동하지만, 누구 하나 힘든 기색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랄까. 농민들의 삶과 애환을 흥과 신명으로 승화시킨 유쾌한 전통공연이었다. ‘세도 산유화가’는 무려 1,600여 년의 세월 동안 구전을 통해 전해진 노동요라고 한다. 백제시대부터 불린 노래라니, 그 음절 하나하나 자체가 살아있는 백제의 얼 아닐까? 재현해주신 모든 분들 역시 귀한 무형문화재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03.
이번에는 공주다. 무령왕이 잠든 옛 웅진백제의 위상이 깃든 도시답게 그를 다룬 공연이 주를 잇곤 했다. 1,600년 전 화려한 웅진백제의 모습을 고스란히 고증하여 의상, 무대 그 무엇 하나 어설픈 데가 없다. 공주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무령왕 관련 공연은 ‘무령왕 탄생이야기’였다. 과거 일본에서도 공연한 바 있을 만큼 탄탄한 연출력을 자랑하는 본 공연은 일종의 종합가무극 장르였다. 무령왕의 아버지가 일본에서 겪은 일화를 비롯하여 무령왕 탄생 이후의 일대기를 세세하고 멋들어지는 춤과 연기로 그려내었다. 관객들은 궂은 날씨에도 객석을 빼곡하게 메우며 성원하였고, 배우들은 온몸이 땀으로 범벅되는 열연으로 보답하였다.
04.
부교를 밟고 금강을 건너보자!
백제문화제 기간에는 금강 위에 부교가 설치됩니다. 오직 백제문화제에서만 가능한 일! 백제의 왕처럼 금강 위를 거닐어보세요.
해가 진 뒤 느지막한 밤, 하루의 축제가 마무리될 법도 한데 수많은 사람이 행렬을 지으며 부교 위를 건너기 시작했다. 공산성 성안마을에서 벌어진 뮤지컬공연을 보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성안마을에는 백제 웅진성의 모습을 형상화한 화려하고 거대한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본 무대에서 펼쳐진 공연은 웅진판타지아 뮤지컬공연 ‘백제의 꿈’이었다. 웅진백제 4대왕(문주왕, 삼근왕, 동성왕, 무령왕) 시대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짜인 이야기에 순간이동, 마술 등 신기에 가까운 쇼를 가미하여 이색적인 재미와 감동을 연출하였다.
05.
웅진판타지아 뮤지컬공연 ‘백제의 꿈’ / 50분 구성
1막 <프롤로그>, 2막 <웅진백제 시대>, 2막 <회상, 그 운명의 바람>, 4막 <비련 애사 삼근왕>, 5막 <석양에 노을지다>,
6막 <무령왕 백제에 서다>.
보통 역사이야기라고 하면 어렵고 딱딱하게 느낄 만도 하지만, 서사적이고 쉬운 스토리텔링을 덧입혀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하고 즐기기 좋은 공연이었다. 그리고 이번 공연이 더욱 특별했던 것은 유명 뮤지컬배우 김도현 씨가 주인공을 맡았다는 것이다. 1000석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은 막이 내릴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역동적인 활극, 화려한 춤사위, 몰입을 높이는 훌륭한 연기력까지 가히 최고의 공연이었다고 치켜세우고 싶다.
06.
세계인들이 수놓은 백제의 화려한 밤
베트남 Hue 왕실예술단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재에 등록 됐을 정도로 훌륭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한다. Hue란 베트남 옛 왕궁이 있던 도시의 지명이다.
옛 고대 화친을 도모하고 교역이 왕성했던 국가 간에는 한 국가에 경사가 있으면 사절단을 보내어 예를 갖추거나, 공연단을 보내어 기쁨을 함께했다. 이번 백제문화제에서도 백제시대에 그러했듯 각국의 공연단들이 축하사절단처럼 찾아와 즐거운 공연을 선보였다. 중국, 일본, 미국, 영국, 독일, 스페인 등 참여한 공연단의 국적은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을 선보인 공연단을 꼽자면 공주와 부여를 오가며 땀 흘린 “베트남 Hue 왕실예술단(이하 ‘Hue’)‘일 것이다.
07.
충남문화재단의 초청으로 찾아온 Hue는 궁중무용, 궁중음악, 랜턴무용 등 베트남 현지에서도 보기 어려울 특별한 쇼만을 선별하여 무대에 펼쳐 보였다. 유니콘, 거북, 불사조 등 동물 탈을 쓴 무용수들이 음악에 맞춰 베트남 신화를 재현하기도 하고, 곤룡포처럼 화려한 옷을 입은 악사들은 평화와 번영을 비는 따스한 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1시간에 걸친 그들의 공연 중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는 ‘Luc cung hoa dang’이라는 랜턴무용이었다. 연등을 든 10여 명의 무용수는 세상에 내려온 작은 천사처럼 어두운 밤을 밝혔다. 신비로운 춤사위를 선보였고, 백제의 밤을 화려하게 만들었다.
08.
공주 공산성 주차장과 부여 구드래 조각공원에서 국제거리공연과 백제프린지 페스티벌이 펼쳐지기도 했다. 국내외 20여 팀이 참가한 본 행사에서는 오후 1시부터 밤 9시 반까지 이어지는 긴 공연시간을 자랑할 만큼 수없이 많은 거리공연이 펼쳐졌다.
09.
<나를 던져줘>라는 제목의 퍼포먼스 공연을 선보인 서커스무용 팀 ‘졸리 비안’은 육체를 활용하여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외발자전거를 탄 유니콘>이라는 공연을 선보인 제이미 모센그렌은 5m 높이의 외발자전거에 탑승해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가미하여 손발이 짜릿해지는 아찔한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하프와 색소폰의 조화로운 합주를 선보인 ‘하폰 듀오’, 전통공연을 선보인 사회적 협동조합 ‘놀터’, 비눗방울 공연 등 개성 만점 즐거움 가득한 프로그램이 축제에 재미를 더해주었다.
10.
느지막한 여름 마지막 남은 무더위의 열기를 쥐어짜 내기라도 하는 듯, 9월의 백제문화제의 현장은 뜨거웠다. 수많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달아올랐던 한낮의 축제는 뜨거웠고, 밤이 찾아와 식어버린 공기 속에서도 열정만은 찬란하게 넘치고 있었다. 본문에 소개한 공연 외에도 수없이 많은 공연을 준비하고 선보인 분들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9일간의 축제에는 흥이 가득했고, 백제의 금강 변에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수 있었다.
백제문화제의 춤과 노래, 공연과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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